1. 토토로 버스 정류장
국내외에 팬이 많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 「이웃집 토토로」. 실은 규슈에는 「이웃집 토토로」의 세계에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스폿이 몇 개 존재합니다. 이웃집 토토로가 개봉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 온 사쓰케와 메이 자매가 비 내리는 밤 숲속 버스 정류장에서 토토로와 나란히 우산을 쓰고 서 있는 장면은 영화를 봤다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오이타현 사이키시남부의 우메마치에는 토토로라는 명칭이 들어간 마을과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1949년 오이타 버스에서 개설한 노선버스 정류장으로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의 통학을 위해 나무 오두막 위에 지붕을 덮은 대기소를 만들었는데 누군가 정류장에 고양이 버스 패널을 설치하면서 토토로 버스정류장이 되었습니다. 이후 이 정류장은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되었고 2000년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토토로 버스 정류장 주변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면서 인기 관광지가 되었지만 태풍 피해를 보는 등의 시련도 겪었고 2013년에는 버스 노선이 없어지면서 한동안 정류장 터만 남았었습니다. 그 후 2015년 조금 떨어진 장소로 이전 및 복구되어서 지금은 커뮤니티 버스의 대기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 정류장 근처의 작은 공원 토토로의 숲 앞 개울가에는 매인 패널과 함께 나무 울타리 위에 작은 토토로 인형이 줄지어 놓여 있습니다. 토토로 인형은 하나하나 그 표정이 달라 재미있는데 인형마다 소원과 메세지등이 적혀 있어 마치 신사의 에마를 보는 느낌이 듭니다. 개울을 건너면 일찍이 정류장에 놓여 있던 고양이버스 패널이 있으며 얼굴을 내밀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도록 창문도 뚫려 있습니다.
토토로 버스 정류장을 비롯해 이 모든 것은 주민들의 선의로 유지되고 있으며 주목받는 장소가 되면서 작품이 파손되거나낙서를 하는 등 피해도 있었지만 그떄마다 주민들이 고치거나 익명의 누군가가 새 작품을 만들어 왔다고 합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주민들이 소박한 농촌 풍경 속에 녹아든 토토로의 세계를 꾸려가는 느낌이랄까 참고로 숲 맞은편에는 옛날식 우체통과 함께 토토로의 마을 엽서 기재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소중한 사람에게 소식을 전해도 좋을 듯 합니다.
도쿄 인근에도 토토로의 배경이 됐던 토토로 숲이 있습니다. 토토로의 작품을 살펴보면 토토로의 컨셉은 순진한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숲의 정령, 정령이라는 어려운 설정 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함과 귀여움이 있습니다. 이웃집의 토토로의 배경이 됐던 이곳에 가 보면 이 같은 캐릭터의 친숙함 너구리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도쿄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세이부큐조마에역에서 내리면 일본의 인기 구단 세이부 라이온즈의 홈인 세이부돔구장이 보입니다. 토토로의 숲은 이곳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으며 돔구장을 등지고 조그만 국도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넓은 논이 펼쳐지며 전형적인 시골집은 아니었지만 넉넉하고 여유로운 주택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습니다. 토토로의 숲은 볼거리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도쿄 도와 사이타마 현에 걸친 사야마 구릉지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지형 때문에 사람들의 손이 잘 닿지 않아 지금도 천연 자연목림이 잘 보존된 지역이라고 합니다.
사실 토토로의 숲은 토토로의 탄생지라는 의미도 강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소유한 땅이 근처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음) 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숲과는 달리 오랜 기간 인간의 생활과 함께 형태가 변한 자연목림으로 예전에는 사람들이 숲이 주는 혜택을 누리며 파괴하지 않고 생활에 맞게 변형하면서 이용했다고 합니다.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2차림을 일본 어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제는 시골에까지 부는 개발 바람에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 입니다. 이에 토토로의 고향기금이라는 환경단체가 점점 파괴되는 자연목림을 역사와 함께 살아온 역사유산, 문화유산으로 격상시켜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발벗고 나섰습니다. 1991년 처음으로 매입한 자연목림 지역을 토토로의 숲1호지 라고 명명한 이후 지금까지 17개의 토토로의숲을 지정하며 보호하고 있습니다.
숲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겨우 대략의 일정을 마치고 잠시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자 근처 산책 나온 할아버지가 말을 건넸습니다. 토토로의 숲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왔다는 말에 할아버지는 여유로운 웃음으로 그래서 토토로는 찾았나요 라며 농담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40여 년을 사셨다고 한니다. 자신이 가꾸는 논밭일을 끝내면 좋아하는 라디오를 들고 이 숲을 매일 찾으신다고 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토토로와 관련된 전설이 이곳에 있나 여쭈어 보았더니 글쎄요 토토로 전설은 모르겠고 이전부터 이 숲에 너구리가 많은 것은 동네 사람들 모두가 다 알고 있죠 너구리들이 민가까지 내려와 사람들하고 자주 마주치니까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이곳에서 농사짓는 사람치고 너구리 피해를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민가 이층집의 열린 창문으로 들어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너구리 에피소드도 전해 주셨습니다.
'작년에는 너구리 때문에 우리 집 옥수수밭이 완전히 망가졌어 몽땅 잡을 수도 없고 골치야 라는 말씀에서 토토로보다 인간의 무차별적인 개발로 고통받는 너구리들을 은유적으로 그린 폼포코 너구리 대전쟁이 연상됐습니다. 토토로의 숲이라는 왠지 자연보호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토토로의 숲은 특색이 없는 자연목림이라고는 하지만 자연 그대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날벌레로 가득한 습지의 모습부터 한 낮의 햇살도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깊은 노송나무 숲까지 판타지적인 요소가 숲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수십 미터가 넘는 노송나무를 따라 토토로의 숲 1호지에 이르면 작품 속 토토로가 살고 있을 법한 포근함이 감도는 장소도 눈에 들어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작품 속의 평온함만을 그리고 찾아온 사람이라면 토토로의 숲 전체를 보기에는 다소 험난한 여정이 될 듯합니다. 숲이라기보다는 산에 가까운 산책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넉넉한 시골 인심과 토토로의 포근한 숲의 매력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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